Apr 12
예수님의 리더십
직원 몇을 두고 자영업을 하는 분이 한주간 여행을 가기에 며칠간은 그 회사 사무실을 지켰다. 불경기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갑자기 일감이 많이 들어와 모두들 바쁘게 열심히들 일한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계속해서 하루 12시간 이상씩을 일하다 보니 지치는 기색들이 역력하다. 그리하여 격려차 내가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고 하였더니 바쁘니까 점심으로 하자고 한다. 그리하여 내일은 아무도 도시락을 가져오지 말라고 공포를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직원들을 데리고 가까운 식당에 가서 점심을 대접하였다. 모두들 잘 먹었노라고 내게 사의를 표하였다.
바쁜 한 주가 지나고 여행에서 돌아온 그 분이 수고했다고 점심을 대접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모두들 식당으로 향하는데 직원 중 한 사람이, “사장님, 감사합니다. 지난주에는 목사님께서 한턱 쏘셨는데 잠 먹었습니다. 그런데 돈은 사장님 크레딧 카드로 냈고요” 라고 말한다. 그 순간 그 분이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누가 냈든지 잘 먹었으면 좋은 것이지요” 라고 한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내가 얼른,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서요” 라고 얼버무렸지만 사태는 이미 수습 불가능한 상태로 흘러가 버렸다.
참 난색을 금할 수 없었다. 소위 목사라는 사람이 사장의 허락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회사 돈 가지고 점심을 사주면서 마치 자기가 사는 것처럼 생색을 낸 부도덕한 사람으로 전락되어 버렸다. 더구나 나를 그렇게 고발한 그는 나와 가깝게 지낸 우리 교인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괴로웠다. 그와 나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는 내 설교가 너무 은혜스럽다고, 자기들만 듣기에는 아깝다고 하고 소문 내고 다닌 사람이다. 그런 그의 입에서 그것도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런 끔찍한 말이 나오다니…… 정말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날 밥값은 내 주머니에 있는 현금으로 지불했는데, 그는 왜 이런 거짓말을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주저함 없이 너무도 의기양양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설령 누가 나를 그렇게 헐뜯는다 해도 그가 먼저 나서서, “우리 목사님께서는 정직하신 분입니다.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닙니다” 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가 먼저 이렇게 치고 나왔으니, 그의 눈에 비친 나는 누구란 말인가?
다른 문제가 아닌 나의 성품과 인격에 직관된 문제인지라 심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름대로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애써 왔는데, Integrity 를 생명처럼 여기며 살아온다고 하였는데, 나를 잘 안다고 하는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자체가 나를 너무도 슬프게 하였다.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정직하게 살자고 설교하였을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다른 사람 회개하라고 하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 당신만 회개하면 세상이 열 배는 맑아집니다” 라고 비웃지는 않았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견딜 수가 없다. 당장 쫓아가서 “너, 왜 그런 거짓말을 했어?” 라고 따져서 나의 결백을 밝힌다 할지라도 무거운 그늘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예배당에 와서 주님 앞에 엎드렸다. 부서지고 깨어진 심정, 은밀한 가운데 간음하다 들킨 다윗의 심정으로 주님 앞에 엎드렸다. 그간 내가 참 잘못 살아왔다, 좀더 신실하고 좀더 진실되며 정직하게 살아야겠다” 라는 회개와 결단의 기도가 나왔다. 사순절이어서 그런지 내 앞에 달린 십자가가 유난히도 무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제사장 집 마당에서 “난 저 사람 모릅니다. 멀쩡한 내가 왜 저런 사람 따라다닙니까? 내가 저 사람을 따라다녔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습니다” 라는 베드로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그리고 그렇게 외치는 베드로를 “See, I told you” 라는 표정이 아니라 사랑과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시는 주님의 모습이 오버렙되어 나타난다.
이제 이 사실을 그에게 고하여야 할지 그냥 덮고 지나가야 할지 기도를 하여도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이제부터는 이렇게 살지 말고 좀더 정직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라고 충고를 해 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아니면 나의 상한 자존심과 인격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를 원하여 내가 이렇게 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아직은 Clear 하지 않다. “내가 주님이 될 수 없듯이 그가 베드로가 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도 못하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가 말한 것이 사실인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욥처럼 주님께 논쟁만을 하다 일어섰다.
이 문제로 벌써 이틀간이나 고민하고 있다니, 내 마음이 그만큼 좁은가 보다. 지금은 사순절 아닌가? 내일은 그를 책망하거나 섭섭한 마음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아직은 마음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디베랴 호숫가에서 춥고 지친 베드로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반을 먹으라 권하시는 주님을 억지로라도 모방해야겠다. 그러면 내 마음까지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생명의 강 교회 김 진환 목사 Agape2000@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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