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04
예수님의 리더십
불경기의 한파로 말미암아 경제적으로는 물론 가정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황에 있으면서도 주님의 몸되신 교회를 열심히 섬기며 믿음으로 살아가는 분을 만났다. 상황이 그럴수 밖에 없는 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예수님 한분이면 족하다는 말씀 그대로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하튼 불평 거리, 짜증나는 일들, 억울한 일 들을 죽 나열하면서 “믿음으로 이겨나가려고 하지만 버거울 때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 한다.
옛날 같았으면 “그럴 때는 이렇게 하셨어야지요. 이제 부터는 이렇게 해 보십시오” 라며 해결책을 위하여 충고를 하고 Direction 을 제시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분이 자기 상황을 그렇게 세밀하게 하나하나 나열하는 것은 나에게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자기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을 목사님이 좀 알아 주십시오” 라는 멧세지다.
물론 문제를 진단하여 처방전을 내려주고 싶은 충동을 여러번 느꼈지만 이를 꽉문체로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이 하는 이야기를 지루해 하지않고 진지하게 다 들어주는 것도 고역이었다. 이전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인데, 끝까지 잘 참고 들어준 나 자신이 놀라웠다. “참 대단하십니다. 계시록 2:2절에, ‘내가 네 행위와 수고와 네 인내를 알고’ 하셨듯이 성도님의 그러한 아름다운 신앙을 주님께서는 다 보시고 계십니다. 그렇게 힘든 가운데에서도 주님의 몸되신 교회를 그렇게 열심히 섬기시니 주님이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하나님께서 반듯이 큰 축복을 주실 것입니다” 라고 한뒤 위로와 격려의 기도로 마쳤다.
차를 타고 오면서 그 분이 한 이야기를 생각하는데, 문득 전에 섬기던 교회의 교인들이 생각났다. 그 때에는,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설교하는 것이 목회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 것들에 전념했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교회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보고 보람도 느꼈다. 그리고 교회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목회 잘하는 것으로 믿게 되었다. 하지만 지내놓고 생각하니 교인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게 하는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 중 하나만 들면 이렇다.
L 집사 부부는 다른 교회에서 들쭉 날쭉 신앙생활하다가 내가 섬기던 교회로 와서 “최선의 삶” 제자훈련을 통하여 성실한 일꾼으로 세워졌다. 26주라는 긴 기간동안 한번도 늦거나 결석한 적이 없다. 2시간을 가르치기 위하여 나도 8시간을 준비하니 여러분들도 숙제와 암송 구절을 철저히 암송하시고 8시간씩 준비해 오라고 강조하였는데, 그것을 지키느라 어떤 때에는 잠이 부족하여 코피를 흘린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부부가 조그만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아직 나이가 젊었지만, 교인들은 그 집사 부부를 보면 든든하고 푸근함을 느낀다고 하였다. 교회 밖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그런데 그 약 2년후 그 부부가 하던 사업이 기울어 문을 닫게 되었다.
그간 열심히 일으켜 세운 사업인데 문을 닫게 되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는가? 가장으로서 생계를 이끌어 가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며 여기 저기를 찾아다닐 때에도 나는 그의 아프고 갈급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였다. 그가 교회 건축에 앞장서 줄것을 기대했었는데, 오히려 반대 입장을 취할 때에도 나는 그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래서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자기도 기쁜 마음으로 건축헌금에 동참하고 싶은데 당장 아파트 월세 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이미 하나님께는 회개하였지만, 조만간에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한다.
목회란 무엇인가? 열심히 기도도 하고 설교도 하고 말씀도 가르치고 선교와 전도도 해야한다. 헌금을 모아 예배당도 열심히 지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보다 정말 더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없는 것일까?
일제 강점기 중 식량이 없어서 굶기를 밥먹듯 할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 주일날 아침 일찍 일어나 교인집 굴뚝을 보며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으면 목사님도 밥을 굶고 나오셨다는 간증을 들은 적이 있다. 직장을 잃고 사업이 기울어 살던 아파트에서 쫒겨날 처지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내년도 우리 교회의 목표는 5000성도에 선교관 교육관 증축입니다” 라고 멋진 청사진과 함께 비전을 제시한다면 기쁨의 “아멘” 소리가 나오겠는가?
물론 십일조와 각종의 헌금을 정성껏 드려야 한다. 하나님 것을 도적질 하지말라고 경고한 말라기 선지자의 말씀대로 내가 하나님의 것을 가로채면서 어떻게 하나님의 축복을 기대할수 있겠는가? 하지만 두렙돈도 없는 과부에게 헌금을 강요할수 있겠는가? 힘들고 주린 자들에게는 내가 먼저 다가가서 그들의 고난에 동참하여 아파해주며 작은 정성이나마 내미는 것이 주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목회가 아닌가?
이제 추수 감사절이 다가온다. 직장을 잃고 사업이 기울은 자들에게는 명절 때에 가난을 더욱 타게 된다. 그래서 그런분들과 같이 나누라고 그러시는지 요즈음 하나님께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보내주신다. 그래서 그 날 한끼만이라도 푸짐한 음식을 차려놓고 힘든 사람들끼리 모여서 양것 먹어볼 예정이다.
이 감사의 계절에 크리스천 저널과 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에도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넘치게 임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생명의 강 교회 김 진환 목사 www.riveroflife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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