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1
예수님의 리더십
요한 복음 2:1-11절을 묵상하며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보았던 결혼식을 생각하였다. 신부가 신랑집에 도착하기 전에 신부측에서 보내온 큰 거울이 달린 장농을 비롯한 예물이 소 달구지에 실려왔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하나씩 마당에 내려놓았다. 냉장고나 텔레비전이 없었던 때인지라 우리 집에 없는 새로운 것을 본 기억은 안난다.
아주머니들은 예물들을 유심히 보며 한마디씩 주고받고, 어른들은 막걸리에 취기가 오르는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며 신부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이윽고 신부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와, 왔다” 하고 함성을 지른다.
그리고 기억나는 다음순간은 신랑 신부가 마당 가운데 처려놓은 상을 맞대고 앉아서 맞절을 하였다. 그러자 동네사람들은 무엇이좋은지 취기에 한마디씩 한다. 평소에는 농담한마디 할줄 모르는 아저씨들도 신부가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한마디씩 한다. 농사짓느라 바쁘고 힘들겠지만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모두들 기뻐서 한마디씩 지금은 시골 인심도 바뀌어서 그렇지만, 그 때에는 논 갈러 쟁기를 지고가던 머슴도 쟁기 잠깐 받쳐놓고 들어와서 술한잔 하고 가도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삶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가나의혼인잔치도 이처럼 흥겹고 들떠있는 분위기였을 텐데,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님은 어디 계셨을까? 아마도 한쪽 구석에서 식물을 드시며 이 장면을 보시고 계셨을까? 그런데 왜 위기가 닥쳐왔을까?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데 왜 술이 떨어져야 하는가?